서관면옥 평양냉면,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오랜만에 야간데이트
어느덧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나이가 된 걸까?! 요즘 들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너무 아깝게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아름다운 볼거리라 많고, 즐길거리가 많은데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중 되어서 내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에서 멀어졌을 때 그때 왜 가만히 집에만 있었지? 왜 그것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지? 라는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러한데, 집에서만 편하게 퍼져 있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느끼는데도 오후가 너무 덥고 지치다는 이유로 결국은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냈다. 물론 이런 여유로운 휴식도 가치 있을 수 있지만 굳이 선택의 순간에 집에서 퍼져 있기를 고른 것이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와중에 나의 안 좋은 체력을 탓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하기 싫었던 빨래를 했고,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는데 또 미룰 것 같다. ㅠㅠ
곰돌과 꿀벌이 결혼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어 15년을 바라보고 있고 곰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의 반에 가까운 시간을 알고, 함께 해 왔던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를 꼽으라 한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곰돌과 함께 삶의 여정을 시작한 순간을 꼽을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 되었고, 내 인생에 곰돌이 들어와 준 것에 감사한다. 나를 더 밝게 만들어 주었고, 아주 조금 더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언제나 무언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곰돌은 감정의 갈등을 해결하는 생각의 방향성이 나보다는 성숙하여 결혼 초반에 내 생각을 기대이상으로 많이 깨우쳐 주어 역시 곰돌오빠는 배울 점이 있다는 것에 감동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 감동이 아주 줄어들었다. ㅎㅎ 곰돌은 나이 드니까 도리어 비성숙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꿀벌처럼 체력이 떨어지고 게을러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서 이번엔 꿀벌이 힘을 내어 오랜만에 결혼 기념 데이트를 제안했다. 결혼 초반처럼 파인 레스토랑을 찾아보고 뭔가 평소와 다른 근사한걸 해보자 마음먹던 데이트 아니고, 같이 좋아하는 것 먹고, 꿀벌이 보고 싶었던 것 보자고 계획한 것이었다. 우리 둘 다 냉면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름엔 냉면을 딱 한 번밖에 한 먹었으니 가보고 싶었던 평양냉면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저녁에 제법 선선해졌으니 이어 한강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서관면옥 (본점)
https://goo.gl/maps/fzQ2268R4xefWUyv5
서관면옥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56길 11
★★★★☆ · 냉면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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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2호선)에서 가깝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서로 만나기로 했는데 꿀벌이 먼저 도착해서 웨이팅을 걸어놓기로 했다. 1층 개조집인데 현대식 주막과 같은 인테리어가 매우 정감가고 마음에 들었다. 발렛 가능하나 바로 앞에 다른 콩전문 맛집도 있어서 매우 붐비는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다. 저녁은 술잔을 기울이는 모임이 많아 주중임에도 가게 내부는 매우 시끌시끌하다. 그럼에도 오랜만이니까 그 광경도 즐기는 걸로,,,
캐치테이블에 서관면옥이 있으나 온라인 웨이팅이 불가했다. 금요일 6시 30분 경 방문했을 때 웨이팅이 8팀이 있었고, 대략 30분을 기다렸다. 냉면이 회전율이 좋은 음식이지만 매장 내부가 많이 넓지 않고 저녁에는 술모임이 많아서 빨리 자리가 나지 않는다.
먼저 도착한 꿀벌은 곰돌을 기다리면서 주변 골목 한바퀴를 돌면서 베이커리 카페, 식당, 건물,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우리 순서가 거의 다가왔다는 캐치테이블 카톡을 받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내가 싫어하는 귀에 걸친 이어폰을 끼고 식당 쪽으로 걸어오는 곰돌의 모습이 포착되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항상 어디든 같이 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연애할때처럼 저녁장소에서 약속시간을 정해놓고 만나니 옛날 생각도 나도 새삼 새로웠다. 곰돌이 멀리서 웬 예쁜 여자가 왜 나를 향해 반갑게 걸어오는가 했더니 그게 꿀벌이었다고 말해주었다. 뭐래~~ ㅋ
마침 우리는 구석탱이의 좁은 방에 자리를 얻었는데, 오히려 조용하고 둘이 룸에서 오붓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기대한 대로 물냉면, 비빔냉면 매우 훌륭했고 무엇보다 녹두전이 찐이었다. 두꺼운 녹두전인데 겉이 바삭하고 녹두가 듬뿍 갈려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어릴 적 명절마다 연례행사처럼 부쳤던 할머니집 녹두전이 생각났고, 그에 버금가는 맛이었다. 할머니집 녹두전이 좀 많이, 대단히 맛있었던 관계로,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맛이므로 감히 비교할 순 없다.
반포대교 달빛무지개 분수
https://goo.gl/maps/Bs2ga5DsvLb63E2RA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2동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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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7번 출구에서 740번 버스를 타고 새빛섬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안에는 이미 그곳으로 향하는 어린 친구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곳에 내려주어서 놀랬다. 이 버스는 잠수교를 건너 강북으로 가기 때문에 무지개분수를 볼 수 있는 계단 광장 거의 코앞까지 와서 정차했다. 가는 길에 많은 푸드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치맥 등 각자의 먹거리를 사들고 왔다.
음악과 함께 반포대교 분수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야간의 경우, 9월부터는 7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되고 7~8월 여름 성수기에는 9시 30분 타임이 하나 더 있다. 30분 단위로 분수가 시작, 20분 동안 진행, 10분 휴식 이런 식이다. 그러니 꼭 시작하는 타임에 맞춰 올 필요가 없다. 진행시간에만 오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운영시간
비수기(4~6월, 9~10월) : 12:00, 19:30~21:00 (매회 20분)
성수기(7~8월) : 12:00, 19:30~21:30 (매회 20분)
★주차: 반포한강공원 반포2주차장 에서 가장 가깝다.
이 근처 한강뷰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이 분수를 매일 볼 수 있고, 바로 앞에 남산타워가 있는 멋진 야경까지 매일 함께 할테지,,, 부러웠다. 하지만 이 순간을 곰돌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고 감사했다. 부러운 것이 나쁜 감정은 아니니까 그대로 수용하고, 나는 나의 삶을 즐겁게 살면 된다.
곰돌은 내가 이걸 보러 가자 했을 때 본인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을 때 많이 보던 광경으로 별로라는 식으로 핀잔을 줬는데, 사실 같이 이 장소에 함께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기념일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게 사진으로, 글로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