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산바다 - 오륙도 해맞이공원, 광안리
10월의 부산 친정집은 정말 오랜만이다. 10월의 부산바다와 하늘을 언제 보았던가?! 20년이 다 된 듯싶다. 추석연휴는 항상 서울에서 보냈었는데, 올해 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후 더 이상의 대가족 모임은 없어졌다. 곰돌이 몸이 아파서 이번 연휴는 조용히 보냈고(기차표 구입 실패로 갈 수도 없었지만..) 연휴 이후 계획에 없었던 즉흥적인 결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그동안 이래저래 집안기운의 변화에 가슴이 답답해서 심적으로 좀 힘들었는데, 뻥 뚫린 바다 경치와 미세먼지 없는 바다 위의 파란 하늘까지 나를 반겨주니 잠시나마 힐링이 되었다.
그리고 곰돌의 건강식단에 하루하루 힘쓰는 나날로 살다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주시는 집밥도 맛있었다. 나도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엄마의 요리솜씨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다.
1. 오륙도 해맞이공원, 스카이워크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생긴지 좀 되어 방문한 적이 있지만 길 건너 맞은편으로 작은 해맞이공원이 이쁘게 조성되었다. 스카이워크 방문 후 가볍게 산책하고 가면 좋을 코스이다. 언덕 산책길에서 해운대까지 갈 수 있는 등산코스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봄에는 산 곳곳에 꽃이 피어 관광객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가을에도 산책길을 따라 이름 모를 잔잔한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은은한 꽃내음이 정신을 더 맑게 해 주었다.
마침 미국의 항공모함이 부산항(항만의 정확한 이름 모름)에 정박하는 날이어서 내 인생 처음으로 뉴스 자료화면으로만 보았던 항공모함이 직접 바다에 있는 모습도 멀리서 보았다. 가까이서 봤으면 어마어마한 크기였을텐데 멀리서 보니 생각보다 작아 보였지만 아빠가 주신 망원경으로 보니, 항공모함 선로 위, 그리고 하단까지 서 있는 전투기 대수를 보고 얼마나 큰 면적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육안상으로는 수백 대(?)에 가까운 전투기가 빼곡하게 서 있는 광경을 본 것도 처음이다.
이곳에서 해질녘 노을을 여유 있게 구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날이 맑아서 노을 색도 아름다웠다. 해가 거의 지기 시작하면 저 멀리 수평선 가까이 보이는 낚싯배들의 불빛이 점점 선명해진다.
2. 광안리
매번 아빠엄마 생신과 같은 가족행사로 부산을 방문할때면 주로 해운대에서 밥을 먹었다. 사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은 광안리라던데, 오랜만에 광안리 바닷가를 가고 싶었다. 바다 가까이 살면 오히려 그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잘 오게 되지도 않는데, 사는 곳이 멀어지니 가끔 생각나고 더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1) 광안리 언양불고기부산집
https://maps.app.goo.gl/aJZiCxqbG1ffin1t9
언양불고기 부산집 ·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바다로 32
★★★★☆ · 고기 요리 전문점
www.google.com
점심 외식은 오래간만에 소고기다. 곰돌 때문에 요새 주로 생선을 먹었고, 외식도 삼갔는데 그래도 부산까지 왔으니 먹고 싶은 메뉴로 골랐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도 왔었던 곳이었던 만큼 오래되고 꽤 유명세가 있는 맛집이다. 그때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신발 벗고 평상에 앉아 연기 속에서 먹었었는데 이제는 번듯한 건물에, 쾌적한 테이블에, 창문 사이로 광안대교까지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일하시는 분들이 아마도 굉장히 오래도록 함께하신 분들인 것 같고, 굉장히 친절하시고 고기를 구워주시는 손놀림이 전문적이었다. 제일 유명한 언양불고기로 먹었는데 물론 맛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식사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내가 맛본 식당 김치찌개 중 단연코 1등이다. 반찬들도 정갈하고 맛있다. 먹기 바빠서 인증사진은 찍지 못했다. ㅎㅎ 차를 가지고 온다면 3시간 무료주차라 식사 후 바다를 산책하거나 카페를 들리고 와도 된다.
2) 까사 부사노 광안점
https://maps.app.goo.gl/2dGX6hB5hCHN9T2m6
까사 부사노 광안점 ·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해변로 179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해운대와 더불어 생긴지 아주 오래되지 않은 에스프레소 바로 가보고 싶어서 찾았다. 이탈리아 식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약간의 문화복합공간의 역할도 겸하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구매도 가능하다.
코르타도와 에스프레소를 시켰는데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컵 바닥에 설탕을 깔아서 커피맛은 실망스러웠다. 단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꿀곰부부이다. 설탕이 싫다면 반드시 주문 시 설탕을 빼 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설탕이 없었다면 먹을만한 커피가 됐을 것이다.
이곳이 인기있는 이유는 위치가 가장 큰 듯하다. 바로 앞에 광안대교가 보이는 바다풍경이 펼쳐져 있고, 경치를 한눈에 감상가능한 좋은 자리는 앉기가 힘들다.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는데 음악이 시끄럽단 이유로 우리는 안쪽의 조용한 자리를 택했다. (음악 나는 힙하도 좋았는데,,, ㅎ)
힘든 일이 생기면 그동안의 행복의 기억은 덮어지고, 당장의 힘듦에 매몰되어 기운이 빠지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큰 편이다. 곰돌의 예민함에 이제는 곰돌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덩달아 이전과 다른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기 시작한다. 조금의 서운함도 큰 상처가 되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되는 일들이 과거보다 빈번히 찾아와 점점 큰 상처가 되어 계속 (마음이) 아프다. 요즘 그랬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사람의 본모습이 더 드러나기 마련인데 나도 썩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참아 넘기기가 힘들다. 그러다 지쳐서 아무 말로도 대꾸하기 싫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상황이 속상하고 그냥 마음이 슬펐다. 여기서 어떻게든 헤어 나와야 한다. 그동안의 행복한 기억을 잊지 말자. 행복의 순간을 상기시키는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시 고쳐먹어 본다.
카페를 나와 광안리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 중 하나인 무슈뱅상을 들렸으나 오후 4시가 되지 않아 벌써 모든 빵이 팔려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아쉬운 대로 르꼬르동블루 출신 프랑스 파티시에가 만든다는 빵아포제라는 다른 빵집을 들렸다.
https://maps.app.goo.gl/gYfKfJKadmKdcw7y6
빵아포제 ·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동 번지 1층 5-21 남천상가 빌딩
★★★★★ · 제과점
www.google.com
치아바타와 깜빠뉴가 주 전문인 것 같은데, 크루아상 같은 페스츄리 종류도 있기는 했다. 치아바타 2개와 무화과 깜빠뉴가 함께 집에 가는 기차여행을 하고, 다음 날 우리 부부의 아침식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