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 스네일리 브런치
12월이 되면 꿀벌이 곰돌에게 슬슬 압박(?)이 들어간다. 꿀벌의 생일을 잊지 말라고 혹시나 잊어버렸을 곰돌을 한번 깨워준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생일날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날이 되면 잊어버리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on its own) 해주길 바란다. 이번 해는 꿀벌의 호르몬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나이 들어 그런지, 우울감이 찾아왔는지 모든 것이 귀찮았다. 그러던 와중 항상 나를 챙겨주는 큰이모에게 12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생일을 축하한다며 축하금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태양의 서커스를 보기를 권하셨다. 함께 공연 보면서 재미있는 시간 보내길 바란다며 언제나처럼 '툭'하고 나를 어루만지듯, 고여있던 물에 잔물결을 일으키듯, 마음 따뜻하게 메시지를 보내셨다.
큰이모 감사합니다.♡
결혼 초에는 연말에 콘서트나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보러 가곤 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같이 공연 스케줄을 보며 때론 곰돌이 제안하기도 했었고, 내가 권하기도 했다. 삶에 여유가 없어도 연말을 즐길 젊음이 있었던가?! 이제는 공연은커녕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언제 갔는지도 까마득하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으니 꽤 됐다는 말이고, 마지막 공연이 언제인지, 무엇이었는지는 과거의 사진첩을 한참 스크롤 다운하면 나오려나?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LUZIA 관람 후기 ★ ★ ★ ★ ☆
# 좌석 위치
그래서 큰이모의 마음을 받아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보러 갔다. 옛날에 비해 공연가격도 매우 후덜덜해졌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좌석은 S석 정도이다. 후기를 찾아보니 무대가 회전하기 때문에 정면이 아닌 옆자리라도 볼만하고, 공연장 천막의 4개 기둥 근처 자리만 피한다면 S석 자리도 시야가 괜찮았다. 실제로 공연장을 가보니 4개 철제 기둥 근처 자리는 정말 시야가 거슬리니 자리 선정할 때 반드시 주의하는 것이 최대의 가성비 팁이다!
# 주차
주차장은 빅탑 앞에 마련되어 있으나 혼잡하고 일찍 오지 않는 한 자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 되도록이면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날이 추워서 곰돌이 차를 가지고 가자고 했으나 꿀벌이 강력 반대했다. 그리고 빅탑에 도착해서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 수많은 인파와 줄지은 관광버스가 뒤엉킨 카오스를 목격하고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실감했다.
# 내부 편의성
공연장은 소극장처럼 크지가 않고, 자리는 정말 좁다.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처럼 무릎 앞이 좁았던 것 보다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의자 공간이 정말 좁다. 무릎 앞 공간은 사람이 그래도 지나다닐 수 있어야 하기에 줄이기 한계가 있다한들 최대한 많은 좌석을 설치하기 위해 관객들은 몹시 날씬해져야 한다. ㅎㅎ
# 공연 퀄리티
공연은 지루하지 않았고,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라스베가스 공연에 비하면 무대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무대장치의 화려함과 공연 구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소규모 극장의 장점을 살려 관객과의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작품구성을 한듯하다. 마치 영화 '위대한 쇼맨'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동안 감성이 많이 메말라 있었던 것인지 관객들의 호응이 더 흥미로웠다. 서커스 출연자들의 공연에 신이 나고 경이로워 소리 질러 주고, 박수를 쳐주고, 말이 안 통함에도 몸짓으로 응대를 해 주었다. 관객들의 삶은 그래도 ALIVE 한가보다. 나도 그들의 호응에 힘입어 같이 소심하게 박수를 치고, 때론 진심으로 조마조마한 공연의 순간순간에 소리를 질렀다.
# 스낵, 즐길거리
부수적으로 공연장에서 팔았던 츄러스는 별로 맛이 없었다. 오랜만의 공연장 츄러스를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다. 차라리 팝콘이 나을 것이다. 아니면 타코벨의 츄러스칩이 더 낫다. 인터미션 시간에 소소하게 마련된 포토죤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연 성격 상 다른 뮤지컬이나 콘서트 공연보다는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관객들이 매우 많았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는 공연 내내 정말 즐거워했다. 그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도 함께 활짝 웃었다. 그동안 집에서 홀로 침체되어 있었는데 공연 덕분에 많은 사람구경도 하였고, 공연 내내 관객들의 활기찬 공감능력에 다소 놀랐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크리스마스 장식 -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라 부띠끄 드 해리 La Boutique D'Harry
# 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데코, 라 부띠끄 드 해리
태양의 서커스를 마치고 오랜만의 외출이니 연말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하여 삼성역으로 이동했다. 현대백화점 앞의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자리싸움 경쟁이 치열했고, 라 부띠끄 드 해리 앞에서는 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왔으니 사진을 찍었으나 이제는 사진을 찍어도 이쁘게 나오는 나이를 지나 솔직히는 그 상황이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꽤 괜찮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사진을 보다가 보기 싫어 지워버릴 때도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점점 좋아지는데 나는 점점 못생기게 나오는 것이 씁쓸한 뿐이다. 나의 뒷모습, 옆모습 등 얼굴이 안나온 사진들이 오히려 마음에 들어 얼굴 없는 사진들만 사진첩에 늘어간다. 그저 내가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있었다는 것을 흔적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나의 그때 모습은 부정하는 셈이다. ㅠ
SNS가 없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진 찍는 것에 진심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이 아주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이쁘게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 외투를 벗고 추위와 싸우며 포즈를 취했다. 내 손가락은 찬 바람에 떨어져 나갈 것 같았는데 말이다.
#옐로트렁크
https://maps.app.goo.gl/ybkG84XBFK6vdg2W9
옐로 트렁크 ·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2동 943-9
★★★★☆ · 햄버거 전문점
www.google.com
그동안 먹지 못한 햄버거를 오랜만에 먹으러 갔다. 쉑쉑을 갈까 하다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옐로트렁크를 찾아서 갔는데, 쉑쉑보다 조금 더 담백한 맛이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냥 상황에 맞춰 더 가까운 쪽을 찾아갈 것 같다. 하지만 옐로트렁크는 코엑스와 조금 떨어져 있어 확실히 더 목적성을 가지고 찾아가야 하는 곳일 것이다. 어느 버거를 선택해도 큰 실망은 없을 맛이다. (더블클래식버거와 얼티메이트 쉬림프 버거를 먹었는데 인증샷은 없다.)
# 응커피 (% ARABICA)
https://maps.app.goo.gl/SH4aUed1Vhp2wsLx9
%아라비카커피 코엑스점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온 김에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트리도 보러 갔는데, 작년과 같은 트리 장식이라 약간 실망했다. 그래도 목적은 커피 마시러 온 것이니 나도 응커피 (% ARABICA) 가보았다. 오트라테 시켰는데, 흠,,, 그냥 그랬다. 내 기대 수준이 높았던 걸까?!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일반라테로 먹거나 다음엔 좀 더 원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마끼아또를 시켜 먹어봐야겠다.
스네일리 Snaily
(브런치 메뉴 만족도 ★ ★ ★ ★ ★, 접근성 ★ ★ ★, 서비스 ★ ★ ★ ★ ☆)
https://maps.app.goo.gl/hvYhVtcQoTkM9Ryv6
스네일리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언남길 35 1층 102호
★★★★★ · 서양음식전문점
www.google.com
생일 식사는 소소하게 브런치 식당을 저녁에 방문했다. 생일기념으로 Fancy한 파인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먹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욕심을 덜 부리기로 했다. 생긴 지 1년도 안 된 신생 식당이지만 평이 좋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이번연도는 소소하게(?) 즐기기로 했다. 캐치테이블로 예약하고 가면 웨이팅이 없다. 양재천 근처에 있는데 접근성이 아주 좋지는 않다. 차 발렛도 되지 않고, 양재시민의 숲 역에서 12분 정도 걸어야 한다.
평일 점심 저녁에는 식당 주변의 회사 사람들이나 친목도모로 붐비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주말저녁은 번화가의 다른 식당과 다르게 매우 한산했다. 이 동네(양재천 근처) 식당들은 주말보다 주중이 붐빈다. 물론 브런치 식당이니 점심에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꿀곰부부가 방문했을 때는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한 테이블밖에 사람들이 없었고, 바 테이블에는 한 명의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거의 식사를 마쳤을 때까지는 우리밖에 없었고, 우리가 나갈 때 5명의 손님이 들어온 정도이다. 연말에는 대신 주말에도 예약이 거의 찬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둘이서 자그마치 4개의 메뉴나 시켰다. 곰돌은 건강 때문에 도시락과 집밥만 먹다가 평소 밥보다 더 좋아하는 파스타 메뉴에 입이 터졌고, 나도 곰돌도 이탈리안이나 달달한 브런치 메뉴차체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말 그대로 제대로 치팅데이였다. 내 생일을 핑계 삼아 곰돌의 입이 더 즐거운 하루였다.
대부분의 메뉴는 맛도 좋았고, 플레이팅이 예뻐서 눈도 즐거웠다. 오랜 시간 졸여 만든 소스를 사용해 간이 셌지만 감칠맛이 있었고, 느끼함이나 짠맛을 중화하고 프레시한 맛을 위해 적절하게 선택한 허브도 좋았다. 내 기준에서 브런치 컨셉 식당으로는 나무랄 데 없었다.
'23 꿀벌생일
이번 연도 꿀벌 생일은 주중이라 곰돌이에게 생일기념 식사는 주말이었지만 생일기분을 느끼기 위해 생일선물은 생일 당일에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꿀벌은 셀프 미역국을 끓이고 아주 작은 케이크를 잘랐다.
나의 생일은 언제나 12월이라 그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 같았다. 그리고 이번 해는 우리 부부가 어땠는지, 즐거움과 슬픔(?)을 얼마나 나누었는지 한번 돌아보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해는 결혼하고 나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여행 등의 즐거운 일도 없었고, 속상함이 많았고, 그래서 우울했다. 우울감이 심한 나날이 많았고, 그 우울함을 해소할 출구가 마땅히 없어 정처 없이 떠돈 하루하루였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곰돌에게 탓할 수는 없다. 내 심경의 탓을 나에게로 돌리기도 싫었다. 나의 그런 마음을 조금은 다독여주는 곰돌의 생일 손편지가 약간의 위로가 되었고 뭉클했다. 그리고 손수 포장지와 끈을 구매해서 선물을 포장해서 줬다는 것이 가장 감동이었다. 손포장은 10년이 넘은 결혼 이후 처음이었다.
나의 마음상태가 내년에는 제발 나아지길 바란다. 곰돌에게 내 이마 중간의 찡그린 주름보다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순간이 더 많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