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반차 여행 - 인필드, 소양강댐산책길, 샘밭막국수, 감자밭
전혀 춘천을 갈 생각이 없던 어느 날, TV채널을 돌리다가 곰돌과 유퀴즈 재방을 틀어놓게 되었다. 최민식이 나오는 회차를 같이 보다가 최민식이 막국수를 정말 좋아하고 매일을 막국수만 먹고살아도 된다는 장면이 있었다. 그걸 보던 곰돌이 입맛을 다시며 "춘천 막국수가 참 맛있는데,,, 춘천에 막국수나 먹으러 갈까?"라는 것이었다. 곰돌은 건강 때문에 식단조절을 하고 있기에 때론 배고픔에 시달리고, 무엇보다 먹고 싶은 것에 매달려 있다. 건강 이상 발견 전에는 나의 만류에도 나의 잔소리에도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을 거의 맘껏 먹었고, 곰돌이 좋아하고 먹고 싶은 것은 몸에 안 좋은 것 투성이었다. 조금도 아니고 먹고 싶은 것을 항상 많이 먹어서 더 문제였다. 요즘은 가끔 먹고 싶은 것을 허용한다. 국수와 파스타 같은 밀가루 음식도 제한해서 이전보다 훨씬 덜 먹고 있다.
어쨌든 우리의 춘천 반차 나들이는 최민식이 시발점이 되어 계획하게 되었다. 춘천이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기에 막국수 하나 먹으러 춘천까지 가는 것이 망설여지기는 했으나 별로 차가 막히기 않는 금요일 오후 반나절을 이용하여 후다닥 다녀오기로 했다. 간 김에 가까운 손흥민 카페도 가보기로 하였다.
인필드 INFEELD ★☆
https://maps.app.goo.gl/mDCSn1ZypufiUubZ8
인필드 · 강원도 춘천시 동면 가락재로 40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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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처음에 오픈했을 때 어마어마한 웨이팅이 있었다고 한다. 오픈하기 전부터 웨이팅이 있다고 하여 혹시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었으나 이제 오픈한지도 꽤 되었고, 주중 애매모호한 시간에 가면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이 않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방문하였다. 도착해 보니 다행히 주중 시간치곤 사람이 많았으나 웨이팅까지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평범한 수준의 카페이고 손흥민 카페라는 Fame이 없었다면 그렇게 찾아갈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카페 건축이나 전경이 매우 돋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커피와 베이커리 맛은 그냥 보통이었고, 매장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듯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오더받는 분은 매우 어리숙했고, 굿즈판매를 담당하시는 분은 친철했지만 일 처리속도가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시는 물 Water 관리 수준이었다. 물에서 수돗물 냄새가 바로 나는 수준으로 진짜 너무 불쾌해서 컴플레인을 걸어볼까도 생각했으나 그냥 다음에 안오면 그만이라며 곰돌이 그런 수고를 하지 말라고 적극 말렸다. 물 필터를 제때 교체하지 않았거나, 사람이 너무 많이 방문해서 물 사용량 한계로 짧은 시기에도 필터가 제기능을 다했는지 전혀 정수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설마 바빠서 실수로라도 수돗물을 담은 건 아니겠지,,,) 이 정수물이 그대로 커피 에스프레소 머신 등의 음료제조에도 사용이 될 텐데 매장관리의 기본부터 신경 쓰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마시는 물 하나가 카페 이미지 전부를 망가뜨렸다.
여기 카페를 찾은 이유는 커피와 베이커리 보다는 손흥민이 론칭한 의류 NOS7 노스세븐 컬렉션이 궁금해서였다. 의류를 진열해 놓은 곳에 나처럼 관심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렸다. 모자, 맨투맨, 티셔츠, 반집업, 후디 등 캐주얼한 브랜드로 심플했지만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유니섹스라서 나는 스몰밖에 할 수 없었는데 사고 싶은 디자인에서 사이즈가 스몰이 많이 없어서 이쁜 티셔츠 하나만 사들고 왔다. (이후 티셔츠 디자인이 손흥민과 이강인이 함께 화해컷으로 찍은 sns의 손흥민의 맨투맨 디자인과 같은 것을 보곤, 더 늦게 갔으면 그것도 품절됐겠네 싶었다.) 캡 모자 디자인이 다양해서 마음에 들었던 캡 모자 안 산거 살짝 후회했지만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그냥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사는 것으로 하자라는 마음으로 카페를 나왔다. 사람은 많은데 매장직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하고 있어서 티셔츠 하나 결재하기까지도 너무 힘 빠졌다. 아주머니들이 모자 하나 사라고 하면서 아들딸뻘 되는 분들에게 권하다가 가격을 보시곤 살포시 내려놓는 풍경이 귀여우셨다.
소양강댐산책길
https://maps.app.goo.gl/gYxazDxZMy9B6gQk9
소양강댐 정상 주차장 ·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 · 무료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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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온 목적인 막국수집을 바로 가기엔 카페에서 달달이를 먹어 바로 가기엔 조금 버거웠다. 그러다 또 소양강댐 표지판을 보게 되었고 곰돌이 오랜만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곰돌이 어릴 적 강원도살이를 했을 때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다나 뭐라나, 나로서는 조선시대 이야기 같았다. 나룻배는 아니고 쾌속선이었단다. ㅎㅎ 나는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소양감댐을 직접 가본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주관식 시험에 나왔던 것 같은 소양강다목적댐은 교과서에서 굵은 글씨가 되어 있고, 나도 아마 빨간 줄을 그어놨던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는 것 외엔 잘 모른다. 나는 상식에 매우 약하다. ㅠ 곰돌이 소양감댐을 자주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표지판 따라 정상길을 올랐다. 그러다 어느 주차장에 다다랐는데 곰돌이 '이곳이 아닌가벼' 라고 하여 내가 "위에 올라갔으면 전망대가 있겠지"라고 하며 검색해 보니 산책길이 있어서 소양강댐정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선착장까지 걸어 내려와 보니 산책길이 보였다. 곰돌이 말한 것처럼 진짜 배 타는 곳인 선착장이 있었다. 어디로 가는 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곰돌도 어릴 때와 매우 달라진 풍경이라며 새삼 신기해했다.
산책길에서 소양강댐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것은 아니고, 소양강댐 수문 위를 걸을 수 있는 것이었다. 수문방출 레버를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댐 폭이 넓은
것은 아니었으나 소양강댐을 처음 방문했다는 것이 의미있었다. 강원도는 그동안 눈이 많이 와서 소양강을 둘러싼 산 위에는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다. 바람이 불어 추워서 꽁꽁 싸매고 사진 스폿에서 몇 컷 남겼다. 산책길에서 산을 타고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는 것 같은데 추워서 거기까지 오를 생각도 없었지만 시간제한이 있어서 오름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샘밭막국수 ★ ★ ★ ★
https://maps.app.goo.gl/Gh7kKS9AVVScKAvC9
샘밭막국수 ·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44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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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책으로 칼로리를 약간 태웠으니, 멀지 않은 막국수 집으로 향했다. 이 곳은 곰돌이 검색한 곳이어서 나는 잘 모르는 곳이었는데, 춘천 3대 막국수 집 중 하나라고 한다. 이름을 검색해 보니 체인점이 되었는지 서울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어쨌든 우리의 목적은 막국수였다는 것을 잊지 않고, 예전에 방문했던 다른 춘천 막국수 집과의 맛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하며 다다랐다. 춘천 하면 나는 막국수보다는 춘천닭갈비가 떠오르고, 닭갈비를 참 좋아하는데 곰돌이 닭을 안 먹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막국수 집 옆에 바로 닭갈비 집도 붙어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운영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나 혼자라도 시켜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예 닭갈비집과 막국수집이 분리되어 있었다.
이 집이 유명한 이유는 곰돌피셜 막국수의 숙성양녕장 때문이란다. 곰돌은 일반 막국수를 시키고 나는 순메밀막국수를 시켰다. 그리고 곰돌은 감자전이 먹고 싶다 했으나 내가 좋아하는 녹두전을 시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둘 다 먹을 수 있는 섞어전이 있었다. 우리는 나름 고민하며 시켰는데 종업원은 그 자리에 뻔히 주문받기 위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있었는데도 왜 둘 다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알려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 날은 일하시는 분들이 참 일하기 싫은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카페에서부터 모두 다 의욕이 없으시다. 그런 날도 있을 테니 이해해야지 싶다.
막국수 양념장에 비빈 메밀막국수는 맛이 좋았다. 녹두전도 소박하지만 괜찮았다. 곰돌이 일반 막국수를 시켜서 내가 시킨 순메밀 막국수와 면발이 많이 다른지 물어봤는데 비슷하단다. 순메밀이라 그래서 메밀이 100%는 아닌 것 같다. 내 자리 옆에 보니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과 주인장 할머니께서 같이 찍은 액자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냥 먹고 보니 아무런 인증샷도 없다. 춘천까지 와서 닭갈비가 조금 아쉬웠지만 막국수로도 만족스럽다.
감자밭 ★ ★ ★
https://maps.app.goo.gl/qq6dMWHrUdYK3DsR6
카페 감자밭 ·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74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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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 달래기 위해 베이커리 카페 감자밭에 들러 SNS로 사진만 봤던 감자빵 사먹으러 갔다. 이곳도 원래 가려던 것이 아니고 막국수 집 가던 길에 귀여운 외관에 사로잡혀 들르기로 한 곳이었다. 막국수 먹고 배불러서 감자빵은 픽업해 가기로 했다. 카페 앞에는 진짜 감자밭이 있다. 감자빵과 더불어 옥수수빵도 고이 포장해 왔다. 감자같이 생긴 감자빵 맛이 진짜 궁금했는데 안에 으깬 감자가 들어있고, 겉껍질은 찹쌀빵처럼 쫀득한 식감이었다. 아, 이런 것이었구나... 빵 겉 부분에 감자흙을 표현한 검정가루가 뭔지 모르겠다. 옥수수빵은 옥수수 알이 크림치즈 필링과 함께 들어있고 빵반죽에 옥수수가루가 들어간 것 같다. 감자빵과 옥수수빵 모두 내 입맛엔 많이 달았다. 감자빵이라 담백한 맛일 줄 알았다.
몇몇 사람들이 감자빵 박스를 택배배송 신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와서 알게 되었는데 마켓컬리에 감자밭 감자빵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었다. 굳이 춘천까지 가지 않아도 다음날 새벽배송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었네... ㅎㅎ 물론 마켓컬리가 다다르지 못하는 곳은 택배배송이 의미가 클 것이다.
날이 많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딱 곰돌이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과 같았다. 무슨 일이 났었나 싶을 정도로 짧지만 임팩트 있는 나들이였다. 그래도 강원도는 많이 가깝지 않아서 막국수 먹고 싶다고 본고장까지 가는 일, 자주는 못할 것 같다. 계획하지 않았는데 소양강댐도 가보고, 감자빵도 먹고,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