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은 언제나 서울에서였다. 친정에서 새해가족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새해 세배를 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정을 보내지만 우리 가족은 엄마 쪽 아빠 쪽 모두 1월 1일 신정을 가족명절로 보냈다. 그래서 구정은 언제나 자유시간이었는데 결혼 후부터 시댁에서는 구정을 쇠다 보니 아주 즐겁지만은 않아 졌다. 시댁은 생일도 음력으로 치니 매우 올드 스타일이다. ㅎ 솔직히 구정은 마치 크리스마스를 음력으로 보내는 기분이라 영 새해 기분이 안 난다. 어쨌든 이번해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더 이상 대대적인 친정 대가족 모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계셨던 할머니마저 지난해 돌아가시고, 그동안 각 가정의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식구가 늘어남에 따라 소규모 가족단위로 각자 보내기로 한 것이다.
올해 난 태어나 처음으로 새해의 시작을 부산에서 보냈다. 부모님이 부산에 계시기 때문에 곰돌이 여느때처럼 새해는 우리 집에서 보내자고 하여 아주 어렵게 기차표 예약을 했다. 새해 첫 식사로 송도에 있는 오마카세 집을 예약했다. 그러고 보니 송도도 처음 와본 곳이었다. 학창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는데 집에서 다소 멀기도 했고, 한 번도 송도 바닷가를 가본 적이 없다. 엄마아빠 말로는 송도가 아주 옛날에는 해운대와 더불어 부산에서 매우 유명한 관광명소였다고 한다. 서울 날씨는 우중충했는데, 부산으로 오니 날도 따뜻하고 시야도 깨끗했다.
조새호마카세 ★ ★ ★ ★ ★
조새호마카세 : 네이버
방문자리뷰 124 · 블로그리뷰 237
m.place.naver.com
점심 오마카세로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한 곳이다. 송도바닷가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바닷가 초입에서부터 걸어가기는 다소 멀다. 바로 앞에 고깃배들이 정착해있는 부두와 맞닿아 있는 건물 4층으로 건물 테라스로 나가면 왼쪽으로 바닷가 해안선 전체를 감상할 수 있고, 해상 케이블카가 지나다니는 것이 보인다. Bar에 앉으면 바닷가를 바라보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4명이라 홀테이블로 예약했다. 나는 의자가 편한 테이블이 좋다. 홀테이블도 테라스 통창으로만 배치되어 바다뷰가 좋다.
점심코스라 코스가 적을 줄 알았는데 8개(?) 코스로(정확히 세지 않음)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고, 식사 때는 배가 불러 힘들지경이었다. 물론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배가 많이 차지 않을 수 있을 테지만 말이다. 곰돌은 다소 모자란 양이라 하였다. 전반적으로 점심 오마카세 가격을 고려했을 때 매우 만족스러웠다. (메인 코스인 사시미 사진이 없네... ㅎ)
EL 16.52 ★ ★ ★ ★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 먹을 배는 언제나 남아있다. 케이블카 종착지 암남공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생긴지 약 2년 정도 된 대형카페를 찾았다. 건물전체가 카페로 운영되는 곳으로 건물이 시작되는 위치가 해상 (elevation) 16.52m라 하여 비롯된 카페이름이다. 높은 곳에 위치해 부산항대교와 케이블카라인이 한눈에 보이는 뷰맛집 카페이다.
직접 로스팅도 하는 카페라서 커피맛도 괜찮았고, 디저트 맛도 양호했다. 이날 새해라서 카페에서 complimentary로 주는 찰떡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주문하기 전에 자리선점부터 해야 할 판이고,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은 아예 넓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 여럿 목격되었다. ㅠㅠ 왜 여기서 잠을 자는 겁니까?! 주변에 이런 뷰 좋은 카페가 많지 않나 보다. 점심 먹고 대부분 사람이 이곳으로 모인 것 같았다. ㅎㅎ
송도해상케이블카
여기까지 왔으니 케이블카를 안타면 아쉬울 것 같아 우리도 관광객 모드로 돌입했다. 엄마 아빠는 처음 개장한 지 얼마 안 되어 타봤다고 한다. 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것과 아닌 것으로 나뉘는데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가 더 비싸다.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택했겠지만 우리는 그리 중시하지 않아 일반 에어크루즈를 택했다. 케이블카 길이는 그리 길지 않고, 정말 금방이다. 바다 위에 떠있는 기분을 즐기고 광활한 바다 전경을 보기 위해 타는 것이다. 송도 바다는 해운대보다 훨씬 아담한 느낌이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 보인다.
부산항과 가까워서인지 컨데이너를 실어 나르는 큰 배들이 바다 곳곳에 꽤 가까이 정박해 있다. 엄마가 짐 실어 나르기 전에 정박 대기 타는 배들이란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배가 떠 있는가에 따라 경제상황을 짐작케 한다고 한다. 바다에 떠있는 배가 많을수록 경제상황이 더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는데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송도구름산책로
송도바닷가에 온 사람이라면 한번쯤 걸어봤을 산책로이다. 케이블카 타는 곳과 가까워서 관광객이라면 지나칠 수 없다. 해안선과 가까이 위치한 거북섬을 이어주는 바다 위에 설치된 다리 산책로이다. 다른 것보다도 갈매기한테 과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새 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몰려드는 갈매기 떼 때문에 걷는 길이 때론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
남포동
새해 다음날은 부산역에서 가까운 남포동을 들렸다. 곰돌이 부산에서 유명한 밀면집을 가고 싶어서였다. 내가 남포동에 온지는 20년이 넘었다. 거리는 좀 더 현대화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90년대에는 작은 옷가게 액세서리 등 소규모 상점들이 많았었는데 이제 메인로드는 대부분 대형브랜드로 채워져 있다. 변화된 모습이 새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옛날의 분위기와 느낌이 있었다. 남포동은 마치 서울의 명동처럼 남포동 거리의 바이브가 있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아빠가 날이 좋다며 용두산 공원을 가자고 했다. 날이 따뜻해서 미세먼지가 좀 있었던 날이었으나 대체로 양호했다. 옛날같으면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 정말 가기 싫었겠지만 이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한결 가기 쉬워졌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있고,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내 무릎...ㅠㅠ) 부산타워는 처음 가봤다. 확실히 남산타워보다 규모가 작고, 높이도 낮고, 전경도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지만 꼭대기층에서 한 층 씩 내려오면서 나름의 볼거리를 만들어놨다.
할매가야밀면 ★ ★ ★
https://maps.app.goo.gl/rTR7J7d4HKLFe2xc9
할매가야밀면 ·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로 56-14
★★★★☆ · 냉면 전문점
www.google.com
서울에는 밀면이 잘 없기 때문에 나도 날이 쌀쌀했지만 찬 밀면을 먹었다. 밀면집 바로 옆에 유명한 냉면집이 있어서 밀면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로서 잠시 방향을 틀까 고민했지만 부산 왔으니까 목표한 대로 밀면을 택했다. 곰돌은 본인이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다며 좋은 선택이었다고 엄지척을 했다. 하기야 내 밀면 반을 가져가서 더 먹었으니 맛있었나보다. ㅎ 곰돌이 밀면에 감탄한 이유는 보통 밀면 면발이 굵으면서 질깃한데, 면발이 가늘고 부드럽게 훌훌 잘 넘어가는 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고명도 매우 적고, 그저 밀면 그 자체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왕만두도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그랬다.
승기씨앗호떡 ★ ★ ★ ☆
https://maps.app.goo.gl/yMT1GXnkDn93P9pv8
승기씨앗호떡 ·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3가 15
★★★★☆ · 간이 식당
www.google.com
밥 먹었으니 다시 디저트 타임이다. 부산하면 또 씨앗호떡이 유명하다. 꿀벌은 호떡을 너무 좋아해서 곰돌과 연애시절 곰돌이 호떡을 정말 많이 사 주었다. 그런데 요즘은 호떡 장사하시는 분을 찾기 힘들다. 비프광장으로 가면 군침 도는 간식거리와 분식 파는 길거리 점포들로 가득하다. 사실 가고자 했던 곳은 원조호떡집이었는데, 승기씨앗호떡 집만 줄이 한참 길어 사람심리가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엄마가 바로 옆집호떡도 똑같다며 줄 서서 기다리지 말자 했으나, 우리 부부는 그래도 줄 선다며 미리 돈을 지불했다. ㅎ 마가린기름에 튀긴 호떡은 견과류(씨앗)도 듬뿍 들어있어 맛은 좋았으나, 칼로리폭탄은 감수해야 하는 고소 달달한 맛이었다. 엄마가 옆에 줄 없는 집 것도 하나 사서 비교해 볼걸 하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남포동깡통시장도 가고 더 보고 싶었지만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부산에 살았어도 가보지 못한 곳, 못 본 곳이 참 많다. 나는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산 것이야?! 이제부터라도 곰돌이랑 더 재미있게 살아야지... 곰돌 함께 해줄 거지? ♥
'콧바람 나들이 Beautiful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천 반차 여행 - 인필드, 소양강댐산책길, 샘밭막국수, 감자밭 (0) | 2024.02.22 |
---|---|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 스네일리 브런치 (0) | 2023.12.13 |
가을 부산바다 - 오륙도 해맞이공원, 광안리 (0) | 2023.10.28 |
서관면옥 평양냉면,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오랜만에 야간데이트 (0) | 2023.09.04 |
이천 산수유마을, 이천 도자기마을 예스파크 (0) | 2023.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