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점심 도시락을 싸가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보편화되었다.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하는 것이 기피되면서 도시락으로 혼밥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요즘은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식비를 아끼려고 도시락 싸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땐 도시락을 싸가는 것이 참으로 수고로운 일이라 생각되어 감히 엄두도 못 내었고,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동료들이 가끔 엄마 찬스로 도시락을 싸 오곤 했다. 그리고 바디프로필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매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아주 극소수의 동료들은 참으로 맛이 없는 닭가슴살, 고구마 등을 싸와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자의가 아닌 거의 반강제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내 도시락이 아닌 남편 곰돌 도시락을 말이다. 체중조절과 음식을 가려먹는 것이 아주 중요해진 질환이 생겨 건강을 위해 결정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식당을 가려 가면 될 일이기도 하지만 건강식단을 고집하며 식당을 선별해서 가는 것은 점심을 같이 하는 곰돌 팀원들에게도 민폐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https://youtu.be/wnxhQtnVWxk
곰돌 도시락을 싸는 이유이자 도시락을 싸가면 얻게 되는 이점들이다.
- 식재료의 투명성이 보장된다. (밖에서는 어떤 식재료와 조미료를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 도시락의 한끼 양으로 먹어야 될 양만큼만 먹도록 조절가능하다. (외식하면 과식할 수 있다.)
- 직접 조리로 맛의 강도를 정할 수 있다. (극도록 달고 짠 외식 음식을 피할 수 있다)
- 필요한 영양소를 고려하여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탄수화물, 지방 과다 등으로 치우친 외식 메뉴를 배제할 수 있다.)
음식은 그때그때 바로 해 먹을 때가 가장 맛있는 법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맛있는 곰돌 도시락을 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조리를 하곤 했었다. 그러다 어차피 도시락은 바로 차려진 집밥을 뛰어넘기는 힘들고, 식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는 것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 메뉴의 한계도 있기 때문에 건강한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최대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생각해서 시간 될 때 미리 만들어놓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내가 지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법이었다. 덩달아 내가 먹을 수 있는 양까지 고려한 준비로 나도 더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별로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든다. 요즘에는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 시간 될 때 미리 만들어 놓는 것들도 있다.
요새 밀프랩이 직장인들 사이 유행하면서 3-5일치의 주중 도시락을 미리 다 만들어놓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은 어쩔 수가 없고 주말에 그렇게 준비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부지런함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밀프렙 도시락을 한꺼번에 준비할 경우, 메뉴가 단일화되거나 다양하지 못해서 좀 지겨울 수도 있다. 또한 도시락 한 통에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된 것은 점점 맛이 없어지고, 한번 손질된 채소 등은 계속 신선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하루 전에 그다음 날 도시락을 싸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되고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좀 무리였다. 대신 시간이 될 때마다 간이 밀프렙을 해 놓은 것들을 활용하여 메뉴를 그때그때 다르게 조합하여 만듦으로써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메뉴의 다양성과 퀄리티를 높이려 하고 있다.
간이 밀프랩 Semi Meal Prep 팁 Tip
Basics
- 렌틸콩 잡곡밥, 퀴노아 - 4-5인분씩 조리하여 소분 냉동 or 냉장
- 채소 손질 - 부피가 있고 손질에 시간이 소요되는 양배추, 비트, 브로콜리 등의 채소는 한꺼번에 썰어놓고나 찌기 등의 조리과정을 거쳐 밀폐용기에 보관 후 필요한 메뉴에 바로 활용
- 삶은 달걀 - 프레쉬 샐러드, 메쉬드 샐러드에 활용
- 대용량 연어(1kg 이상) 손질 - 1회분 양으로 소분하여 맛술, 소금으로 1시간 이상 냉장숙성한 후 얼음물로 살짝 씻어 치킨타월이나 면포로 모든 물기를 제거하고 밀폐용기에 냉장, 냉동 보관
Cooked

- 그릴드 야채 - 고구마, 양파, 호박, 감자, 밤, 삶은 콩 등 다양한 야채 및 곡류를 조각내어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등으로 버무려 오븐, 에어프라이어로 3-4회분 조리, 사이드 side로 활용
- 토마토 소스 - 5-6개의 토마토, 양파 반쪽, 마늘 5-6알을 올리브오일과 허브, 소금, 후추를 넣고 뭉근히 끓이다 스프 형태로 믹서기에 갈아줌. 스프/ 스튜/ 카레 등의 요리, 스프레드/ 딥 등의 소스로 활용
- 야채 프리타타 Veggie Frittata / 계란 오믈렛(찜) - 각종 야채를 잘게 썰어 올리브유에 볶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하고, 5-6개의 계란을 풀어 (우유, 요구르트 등을 첨가하고) 약한 불에 뚜껑을 덮고 10분간 쪄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밀폐용기에 한꺼번에 냉장
- 그릴드 치킨 -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로 코팅하거나 선호하는 소스를 마리네이드하여 오븐, 에어프라이어기에 구워줌
나는 곰돌에게 곰돌이 점심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하루 세끼 도시락을 준비한다. 기쁜 마음으로 하지만 수고로운 것은 사실이다. 아침저녁은 집에서 먹어도 될 일이지만 아침을 먹고 가기엔 아침준비가 바쁘고, 저녁은 15시간 이상 공복시간 지키기와 저녁 운동을 위해 고려된 일이었다. 퇴근 후 저녁 식사는 7시가 넘는 시간으로 다소 늦을뿐더러 배가 불편하여 식사 후 달리기 등의 운동을 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곰돌질환은 저녁공복 지키기와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관리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 나도 곰돌을 위해 함께 힘쓰기로 했다.
곰돌 도시락의 세끼 메뉴를 선택할 때 고려되어야 할 일이 있었다. 시간적 여유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환경 두 가지이다.
우선 아침은 업무의 시작이라 대부분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크게 입맛도 돌지 않는다. 따라서 간단하게 야채와 과일만 싸주면 된다. 간혹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과일과 함께 싸준다. 과일은 당이 높아 늦은 오후엔 적합치 않아 주로 아침시간에 먹는 것으로 하며 항상 초록 야채를 포함한다. 또한 블루베리, 딸기, 체리 등 베리류 과일을 가급적 꼭 포함시킨다. 포도, 파인애플 등 당도가 높은 과일은 피하고, 사과도 이전보다 많이 먹지 않는다. 골드키위보다는 그린키위를 먹는 식이다.
점심시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이므로 비교적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활용하여 회사에 전자레인지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데워먹을 수 있는 도시락 메뉴가 가능하다. 따라서 도시락 메뉴 선정이 가장 유동적이다.
저녁은 근무시간을 쪼개서 먹거나 근무를 하면서 먹기에 다른 동료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냄새가 많이 날 수 있는 메뉴는 안 되고, 소음 및 음식 냄새 등으로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수도 없다. 냉장고에 보관했다 바로 꺼내 먹어도 괜찮을만한 메뉴로 선정해야 한다.
이 같은 고려사항을 충족하면서 하루 영양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이 잘 갖추어진 건강한 식단을 세끼의 도시락 안에 구성하고자 노력한다. (곰돌을 위한 꿀벌의 노고에 대한 보상은, 제발 건강관리 잘해서 아프지 말아줘 ~ ㅠ)
밀프랩을 활용한 도시락
- 아침 도시락 - 야채 및 과일
- 초록야채, 베리류 과일 반드시 포함

- 점심 도시락 - Eat Hot
- 렌틸잡곡밥, 구운연어, 볶은야채, 허브
- 소고기 버터빈 야채 토마토 스튜, 허브
- 퀴노아, 강황마리네이드 대구살, 그릴드야채, 허브
- 렌틸잡곡밥, 토마토 커리, 야채

- 저녁 도시락 - Eat Cold
- 문어샐러드 (자숙삶은문어, 삶은 감자, 올리브, 각종야채, 허브)
- 생연어, 각종신선야채, 허브
- 감자튜나캔샐러드, 그릴드야채, 삶은달걀
- 감자계란샐러드 샌드위치, 과일야채
- 야채 프리타타(계란찜), 신선야채, 견과류, 구운고구마,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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