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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테이블 Food Table

초당옥수수 스프, 초당옥수수 솥밥 만들기

by twoofus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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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옥수수

찰옥수수는 가을을 알리는 작물, 초당옥수수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작물이다. 옥수수의 광팬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시는 외할머니께서 옥수수를 많이 좋아하셔서 나는 옥수수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을 때가 많다. 그리고 옥수수에 감정이입이 되어 때가 되면 옥수수를 찾아 먹게 된다. 곰돌이 회사에 차를 몰고 가지 않은 날, 나는 집 근처에 있는 트레이더스를 방문한다. 우리는 두 식구뿐이어서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제품들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많이 소비하는 과일이나 가공품은 조금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방문하기 전 그날의 세일하는 제품들을 미리 핸드폰 앱으로 확인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편이다. 나는 과일야채의 신선제품을 판매하는 트레이더스의 냉장공간을 가장 좋아한다. 과일과 야채가 너무 싱싱해 보이고 탐스러워 많이 사 오고 싶은 욕구가 일지만 어떨 땐 이 많은 용량을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망설여져서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할 때도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양이 많아도 충분히 신선하게 끝까지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품목들을 안다. 트레이더스를 방문했던 어느 날, 초당옥수수는 그날의 구매리스트 계획에 없던 상품이었다. 인터넷 마트 앱에는 나오지 않는 상품들이 진열될 때가 있다. 대부분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큼직하고 노란색 아이보리색 알록달록한 옥수수알이 탐스럽게 박혀있는 초당옥수수가 "사줘"하고 나를 반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꽤 많은 개수가 담긴 초당옥수수를 집어 들었고, 곰돌은 옥수수를 싫어하는데 이걸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의 고민도 없이 오히려 '오늘 마트 오길 잘했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이건 특템이야'라고 속으로 외쳤다.
 
마침 휴가차 집에서 쉬고 있던 곰돌에게 나는 실한 초당옥수수를 들어보이며 자랑스럽게 "곰돌 나 이거 샀어"라고 말했다. 곰돌은 귀엽게 "아, 그래? 꿀벌이 옥수수 좋아하잖아,, 맛있게 먹어"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곰돌의 눈은 미리 부탁한 초콜릿 코팅된 바닐라 나뚜루 아이스크림 바를 잘 사 왔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곰돌의 최애 아이스크림이다. 나는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제일 먼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챙겨 넣었다. 장 볼 때도 항상 가장 나중에 카트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아이스크림을 담은 순간 몸이 빠르게 움직인다. 곰돌은 나의 이런 세심한 노고를 아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초당옥수수 꾸러미를 다시 흡족하게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오늘의 저녁밥은 초당옥수수 솥밥이다. 곰돌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이다. 
 

초당옥수수 보관

많은 양의 옥수수를 샀을 때 보통 옥수수를 쪄서 보관한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빠르게 소진할 생각이다. 옥수수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키친타올로 돌돌 말아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퍼팩에 차곡차곡 넣어 냉장 야채과일칸에 보관하면 1~2주는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대용량의 제철 흙당근도 항상 같은 방법으로 보관하여 먹고 있다. 참고로 경험상 당근은 한 달 넘어까지 보다 오래 보관가능하다.

초당옥수수 냉장보관

 

초당옥수수밥 만들기

나는 다양한 솥밥을 즐겨 만들고 있다. 솥밥은 밑바닥의 얇은 누룽지를 같이 먹을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밥이 남았을 때 냉동보관하면 누룽지 부분이 전자레인지에 해동해서 먹을 때 딱딱해져서 단순한 쌀밥을 지을 때는 전기압력솥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날은 쌀 위에 초당옥수수알을 넣은 솥밥을 짓기로 했다. 가장 먼저 생옥수수를 칼로 발라내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가 않다. 옥수수알이 도마에 예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굴러 도마를 벗어나고, 튕겨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어진 옥수수알을 찾아 몇 번이고 허리를 굽히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과정만 잘 견디면 솥밥 짓기는 매우 쉽다.
 

초당옥수수 솥밥 짓기 순서

1. 쌀을 깨끗히 씻어 무쇠솥에 넣고 같은 비율의 물을 넣는다. (쌀 1컵:물 1컵)  
2. 옥수수알을 바른 옥수수심지는 버리지 않고, 쌀을 얹힌 물 한가운데 박아 넣는다. (심지에서 단맛이 배어 나와 쌀밥의 감칠맛을 돋게 한다. 밥이 완성된 뒤에 심지를 거둬내면 된다.)
3. 발라낸 옥수수알을 옥수수심지 둘레로 흩뿌리고 솥뚜껑을 닫는다.
4. 센 불에 (인덕션은 중간단계로) 밥물이 끓으면 약불로 줄여 12~15분정도 더 조리한다.
5. 불을 끄고, 15분정도 뜸을 들인다.
 

초당옥수수 솥밥
초당옥수수 솥밥

초당옥수수밥과 불고기 전골을 먹으며 곰돌에게 물었다. "곰돌, 초당의 '초'는 초능력자의 '초'와 같은 거겠지?" 곰돌이 대뜸 그럼 "초당순두부의 초당은 뭔데?!"라고 한다. 나는 "아, 옥수수가 보통 강원도에서 많이 생산되니까 초당순부두가 유명한 강원도랑 같은 지역인 건가?! 내가 알기론 '당'이 달다의 뜻인 줄 알았는데,,," 곰돌은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본다. 곰돌은 상식이 풍부하고 꿀벌보다 많이 아는 것은 사실이나 본인의 관심사가 아닌 것은 잘 알려고 하지도 않고 뇌 저장장치에 절대 저장하지 않는다. 세상에 알 것들이 너무 많은데 굳이 필요없는 것까지 저장하기 아깝다나,, 나는 핸드폰을 들어 바로 초록창에 검색해 보았다.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었나 보다. 지식인 질문에 초당순두부와 초당옥수수는 다른 건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초당순두부의 초당은 지역명이고, 초당옥수수의 초당은 super sweet, 그러니까 '대박 달다', 대박 단 옥수수라는 뜻이다. 나는 곰돌에게 으스대며 "거봐 내가 맞잖아..."라고 웃었다. 그리고 초당옥수수에 대한 설명을 읊어 주었다. 초당옥수수가 유전자변형된 옥수수라는 것에 곰돌은 매우 꺼려했다. 나는 곰돌이 자주 먹는 옥수수 들어간 과자들이 대부분 유전자변형 옥수수 사용한 것일텐데, 그럼 앞으로 과자를 먹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다. 곰돌은 이렇게 내가 공격하면 매우 싫어한다. 닭고기는 냄새가 싫다고 절대 안 먹는데, 달걀은 매우 좋아하는 곰돌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고, 그것도 반숙 아니면 뭐라 하는 곰돌 언행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이러한 곰돌의 태도를 존중하며 살고 있다. 
 

초당옥수수 스프 만들기

초당옥수수는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 스프로 만들면 맛이 좋다. 휴일 브런치로 내가 만든 통밀빵을 곁들인 초당옥수수 스프와 간단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로 한다. 아주 옛날에 스프라고 한다면 경양식 돈가스 옆에 같이 나오는 인스턴트 크림스프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런 스프는 결코 한 끼의 밥이 되기에 좀 부족하다. 하지만 스프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마치 설렁탕마냥 푹 끓여내는 다양한 종류의 스프는 외국에서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스프에 곁들이는 빵은 우리에게 설렁탕에 밥 말아먹는 꼴인 것이다. 물론 홈메이드 스프가 퀄리티가 높겠지만 외국 사람들이 깡통스프를 많이 활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 나도 홈메이드 스프를 브런치 메뉴로 자주 해 먹게 되었다. 우리가 부침개에 집에 있는 자투리 채소를 많이 활용하는 것처럼 스프도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재료를 소진하기 좋다.

초당옥수수 스프 만들기 재료

초당옥수수 스프 만들기 순서

초당옥수수 스프 만들기 순서

1. 초당옥수수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옥수수알만 칼로 발라낸다. (옥수수잎을 싸서 넣으면 수분날아가는 것을 방지)
2. 양파와 감자는 잘게 잘라 스프 냄비에 버터를 넣고 볶는다. 
3. 양파와 감자가 어느정도 익으면 발라둔 옥수수알을 넣고 같이 섞는다. (가니시용 옥수수는 조금 남겨두기)
4. 재료가 자박하게 잠길만큼만 물을 넣어 끓여준다. (집 냉동실에 보관해 둔 삶은 병아리콩도 조금 첨가했다)
5. 물이 끓으면 치킨스톡을 작은 토막 넣고 녹여준 후 간을 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6. 기호에 따라 생크림이나 우유를 첨가한다.
7. 불을 끄고 블랜더로 스프냄비의 재료를 갈아 스프를 완성시킨다.
8. 스프접시에 스프를 옮겨 담고, 후추를 뿌리고 가니시용 옥수수알을 흩뿌린다. 
 

초당옥수수 스프

초당옥수수 스프의 조금은 느끼하고 치명적 단맛을 달래줄 상큼한 토마토바질 샐러드를 올리브오일을 뿌려 같이 준비한다. 어김없이 소파에 핸드폰을 들고 누워있는 곰돌에게 밥 먹으라고 말한다. 보통 두 번은 불러야 하는데 이날은 배가 고팠는지 냉큼 식탁으로 와서 '우와'를 소리친다. 일단 먹음직스러워 보이면 하는 곰돌의 감탄사이다. 옥수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곰돌도 맛있게 잘 먹어준다. 하지만 곧 매콤한 비빔면을 따로 만들어 주어야 했다. 스프로는 밥이 되지 않는 토종 한국인 곰돌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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